다 네 잘못이다 - 공평한 세상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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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네 잘못이다 - 공평한 세상의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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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13,477  | 작성일2014.02.0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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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믿음의 가장 큰 문제는 명백한 가해자가 있는 상황에서조차 오히려 피해자에게 그 잘못을 묻는 ‘불공평한’ 판단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공평하니까 피해를 당한 것조차도 결국 피해자 개인의 잘못이란 오류에 빠지게 되는 것. 경제 부총리가 카드사라는 명백한 가해자가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에게 ‘동의’를 신중하게 하지 못했다며 책임을 묻는 것 역시 ‘공평한 세상 오류’에 기인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왕따 피해자에게 성격이 원만하지 못해서 왕따를 당한다거나, 성폭력을 당한 여성에게 조신하지 못해서 당했다거나, 식민지배를 당한 조선인들에게 조선이 무능력해서 식민지가 됐다고 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물론 사람들은 결코 세상이 공평하지만은 않으며, 수많은 부조리가 공존하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래서 ‘착한 사람’에게도 ‘나쁜 일’(처벌, 실패)은 발생할 수 있으며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일’(보상, 성공)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역시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공평한 세상’이라고 믿는 걸까?

 

그건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믿는 것보다는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는 것이 심리적으로 훨씬 더 많은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 세상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규칙에 따라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예측 가능한 곳’(통제 가능한 곳)이 되고, 예측 가능한 곳에서 살아간다고 생각해야 자신의 삶 역시 예측 가능해지기(통제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세상이어야만 세상의 규칙을 열심히 따르기만 하면 나도 언젠가 보상을 받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즉 정말 세상이 공평하다고 냉정하게 판단했다기 보다는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고 싶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오히려 현실에 실재하는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눈감게 만든다. 그래서 세상의 불공평한 부분이 공평하게 변화하도록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대로 유지되거나 더 악화되는데 일조한다. 무엇보다 세상의 규칙만 열심히 따르면 언젠가 보상을 받으리란 ‘기대’는 오히려 현실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된다.

 

단지 ‘마음의 평안’을 얻는 이유로 치러야 할 대가치곤 너무 크지 않을까? 

 

by 뉴스타파 PD김진혁

 

흔히 주변에서 보기 쉬운 피해자책임론의 원인을 사회심리학적 이유에서 찾은 좋은 동영상입니다.

김진혁PD는 ebs에서 지식채널e를 만든 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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