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값이 왕창 올랐다.
사재기 따위는 취향에 맞지 않아 전자담배를 피우려고 했는데, 뭔가 1그람 부족한 듯. 전자담배는 냄새도 안나고 깔끔한 반면 기술적으로 살짝 복잡한 부분이 있는 데다가 흡연의 양대물질인 니코틴과 타르 중에 타르가 없어서 뭔가 닝닝하다. 향도 지나치게 인공적인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연초(혹은 봉초라고도 한다. 담배잎 썰어 놓은 것)를 직접 말아서 담배를 피워보자는 것. 담배 DIY다. 이것은 예전에 해본 적도 있고 연초만 좋은 걸 구한다면 공장판 궐련으로는 느낄 수 없는 담배의 참맛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연초의 가격을 알아봤더니 다행히 인상 전의 담배값보다는 비싸지만, 인상 후의 담배값에 비하면 훨씬 저렴하기도 했다.
거기에 현대 기술문명은 직접 말아피우는 담배도 훨씬 더 편리하게 만들어 줬다. 그래서 여기에 연초를 이용해 담배를 만들어 피우는 법을 공개한다. 이미 알려진 거니까 그리 대단한 내용은 아니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조금 신기할 지도 모르겠다.
이른 바, 튜브(담배가 안 들어있는 궐련)에 연초를 채워주는 튜빙 머신을 이용한 궐련 자가 제조법이다.
이것이 튜브다. 200개 들이.
그냥 궐련처럼 보이지만 필터와 종이만 있을 뿐
안에 담배 연초가 들어 있지 않다.
시중 가격은 200개에 오천원. 개당 25원꼴.
이것이 연초다. 이건 40g 들이 팩인데 만원 정도 한다.
이거 담배값 인상에 맞춰 세금이 인상되고 정상적으로 통관되어
가격 다 인상된 정상 상품이다. 밀수 아니라는 얘기다.
그 가격이 대략 20g 단위로 오천원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
20g이면 빡빡하게 말면 30개피, 느슨하게 말면 40개피 넘게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즉, 두갑 분량이라고 보면 된다.
결국 이렇게 담배를 제조하면 대략
한 갑에 25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인상 후의 가격이다.
이게 튜빙 장비다. 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스태플러 같이 생겼는데 구조는 매우 간단하고 고장날 일도 거의 없게 생겼다.
(앞서 말한 담배 한 갑 제조시의 비용에는 이 장비값을 포함하지 않았다.
걍 초기 투자비용에 포함된다. 생각하시라.)
튜빙 머신의 뚜껑을 열면, 아까 그 튜브를 꼽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여기에 연초 장착하는 홈에 연초를 적당량 덜어 올린다.
이 때 손으로 눌러주는 세기에 따라 얼마나 빡빡하게 말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이건 취향이다.
빡빡하게 말면 연기량이 늘어나고 맛이 진해지지만
잘 안 빨리는 경향이 있고, 한 개피를 피우는 시간이 늘어난다.
느슨하게 말면 금방 피울 수 있고 개피수가 많이 나오지만 맛이 떨어진다.
뒤로 샤샤삭 잡아 당기면 이때 튜브 속으로 연초가 밀려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다시 앞으로 철커덕.
그리고 담배를 잡아 빼면 속에 연초가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걸로 완성.
좀더 탱탱한 궐련을 원한다면 필터를 아래로 해서 딱딱한 바닥에 탁탁 치면 연초가 압축된다.
이제 피우시면 된다.
장점은
1. 저렴하다. 인상 전의 궐련보다 조금 더 비쌀 뿐이다.
2. 맛이 좋다. 물론 다양한 연초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야 한다는 부담이 있으나, 어지간한 것을 골라도 무조건 KT&G 나 BAT의 공장판 궐련에 비해 맛은 훨씬 더 좋다.
3. 이건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나는 믿는 얘기이다. 공장 궐련은 이런 저런 효과를 노리고 다양한 물질을 첨가한다. 연초는 대부분 있는 그대로의 연초에 향만 조금 첨가한다. (아마 이 때문에 보관성이 좀 떨어지는 것 같다.)
4. 궐련 특유의 역한 냄새, 담배를 피고 나면 옷과 몸에 배는 냄새, 담배를 피운 공간에 남는 냄새가 이 연초가 훨씬 덜하다. 좀 좋은 연초를 사용하면 거의 고급 시가나 파이프 담배를 피우는 느낌이 난다.
5. 흡연 회수가 줄어든다. 물론 니코틴과 타르 섭취량은 늘지도 모른다. 전반적으로 공장 궐련보다 연초가 독하니까. 그리고 필터도 단순하다. 그러나 경험해 보니, 한대 피우고 나면 니코틴이 풍부하게 들어와서 그런지 담배 생각이 나는 시간 간격이 길어진다.
6. 뭔가 있어 보인다. 저 장비들 다 휴대가 가능한데, 저걸로 연초 봉다리 꺼내서 척척 얹어 철커덕 하면서 한대 말아 피우면 가오가 약간 서는 것 같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나??)
단점은
1. 귀찮다. 연초는 국내에서 통신판매 불허 제품이라 가게에 직접 가서 사야 된다. 그리고 앉아서 궐련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귀찮다.
2. 담배 맛이 좋아지니 금연의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3. 연초는 보관성이 안 좋다. 습도도 지켜줘야 하고, 향이 빠지기 전에 피는게 좋다. 어차피 몇백그람 짜리 대용량 통을 사지 않는다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말이다.
대략 이런 정도다. 저렇게 만든 궐련을 폼나는 케이스에 넣어서 가지고 다니며 피우는 거, 나름 괜찮은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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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끊었지만.
피는 사람들은 대안이 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