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현대 신경과학은 과연 동키콩을 이해할 수 있는가
View 22,275 | 작성일2017.01.0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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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Can Neuroscience Understand Donkey Kong?(신경과학은 동키콩을 이해할 수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기사도 뜨고 하면서..꽤나 갑론을박을 불러온 논문이라 해외에서 화제였는데
한국에서는 한번쯤 찌라시 기사로 번역되서 나올법 함에도 아무런 언급이 없길래 한번 가져와봅니다.
일단 그전에..다른얘기를 좀 하자면..
미국에 전형적인 컴덕이던 Greg James라는 이름의 그래픽전용 소프트웨어 관련으로 일하던 프로그래머가 한명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오랜만에 자기 집 대청소를 하다가 우연찮게 다락방에서 자신이 8살때 갖고 놀던 아타리2600이랑 애플2를 발견을 했었다고 합니다.
비디오게임계의 목제시대(?) 물건이던 아타리2600
요놈이 바로 애플 투
그렉은 그 물건들을 보며 콘솔게임기던 아타리로 게임을 하면서 컴퓨터기기에 흥미를 가지게 됐고 애플컴퓨터로 프로그래밍의 세계에 처음 빠지게 됐었던 자신의 어린시절을 회상하면서 추억에 빠졌었죠.
그러면서 두 기기가 같은 종류의 cpu인 MOS6502칩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이 칩은 당시 MOS테크라는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이었습니다.
이 전에 인텔이나 모토로라로부터 유통되던 칩들보다 성능은 더 뛰어났지만 비용은 무려 5분에 1 만큼이나 염가였던 제품이었죠.
문득 그렉은 이 칩을 한번 개선해서 사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우선 인터넷으로 칩 두개를 구한 뒤 사방팔방으로 설계에 관한 정보를 찾아봤으나..
골동품이기는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던 전자부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반도체칩에 관한 그 어떤 설계도나 제조방법, 기능이 어떻게 수행되는가에 관한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MOS사는 모토로라에서 일하던 몇명의 엔지니어들이 퇴사후 설립한 회사였습니다.
그렉은 이들 중 한명을 수소문하여 지금은 할아버지가 다 된 당시 엔지니어 한명을 컨택했는데...
80년대 이전 까지 칩을 설계하는 일은 지금과는 달리 굉장한 손노가다 였고....
지금이야 수백명의 엔지니어들이 팀을 이루어 현란한 장비로 작업하지만
그때 당시는 작업이 몇명의 엔지니어가 저렇게 제도판 위에다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수작업(manual processing)으로 이뤄졌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디지털 부품인 셈이었죠.
당시 설계를 담당했던 엔지니어와 컨택 결과..설계도면은 유실되었고, 당연히 어떤 디지털화된 자료도, 문서화된 정보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되었죠.
총 3510개에 불과한 트랜지스터로 이루어졌고, 수작업으로 설계되었으며, 도면에 대한 문서화된 어떤 정보도 남지 않았고 다른 칩에 비해 똥값이라 가격경쟁에 우위를 점하던 이 전설의 6502칩은 결국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고전 레트로컴덕이던 그렉은 과연 범상치 않은 덕력의 소유자였습니다......
인텔이 이전에 4비트짜리 4004칩을 되살리는 35주년 기념프로젝트란걸 한적이 있는데...거기에서 영감을 얻어, 6502 칩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 파헤쳐버리고, 이 칩에 관련한 정보를 생생히 밝혀서 친히 후세에 전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역공학'(reverse engineering)을 해보기로 결심합니다.
자신 못지 않은 컴덕 너드들이던 친구 두명' 실버맨 형제'들을 꼬셔서 visual6502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하고, 발굴(excavation)이라고 이름 붙힌 프로젝트를 시작했던거죠.
그렉과 그 친구들은 자신들이 하던 작업을 두고 디지털 고고학(digital archaeology)라는 엄청 간지나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마치 붓을 들고 섬세하게 먼지를 걷어내며 화석을 찾는 고고학자들 처럼..이들은 일명 '뚜따'를 한 뒤에 조심스레 화학처리를 해가며 극도로 섬세하게 3개의 층을 제거하면서..
수백배로 확대하여 도면을 확인해 가는 작업을 실행합니다.
그리곤 이 회로 도면들의 트랜지스터나 신호처리 경로등의 물리적 구성요소들을 그래픽 폴리곤으로 일일이 손으로 정확한 위치와 모양 그대로 그려가며 모델링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왼쪽은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 중간은 작업한것, 오른쪽은 그 둘을 겹친것)
총 5년여간의 엄청난 장잉정신이 발휘된 노가다로 마침내 모든 칩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완벽히 얻은 그렉은
이 정보를 무려 자바스크립스상으로 그대~로 옮겨서 에뮬레이션이 아닌 물리적칩에 대한 '완벽한 시뮬레이션'을 해버립니다. 그리고 이걸 웹상에서 구동을 할 수 있게 올려버렸죠. (http://visual6502.org/JSSim/index.html) 말 그대로 칩이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과정을 비주얼화 시켜버린겁니다
후에 다른 컴덕들이 이걸 FPGA라는 영혼없는 몸체 같은 반도체(회로 변경이 가능한, 쓰기가능한 반도체)에다 집어넣어버리니 과거의 그 6502처럼 그대로 작동하였고
이런 동키콩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 같은 고전 아타리 게임들이 원본칩 없이 아주 완벽하게 돌아감을 확인하게됐죠.
.
그런데 신경과학얘기하는데 뜬금없이 왠 컴덕들 얘기인가..
이 승리한 컴덕들의 스토리를 곁에서 유심히 보던 그들못지않던 너드 신경과학자가 두명 있었습니다.
바로 취리히공과대출신이자 노스웨스턴대에 교수로 있던 Konrad Kording 그리고 MIT출신으로 UCLA에서 포닥을 하던 Eric Jonas였죠.
이들은 저 디지털 고고학 팀의 얘기를 처음 접하면서 컴덕팀들이 마이크로프로세서 칩의 상세한 도면사진을 세밀하게 찍어가며 특정 구역별로 구분짓고, 커넥션들을 확인해가며 맵을 그리는것이 마치 오늘날 신경과학자들이 하는 그 것, 뇌를 영역별로 국제화(localization)해가면서 구분된 영역에 이름을 붙이고, 뉴런의 네트워크... 소위 '커넥텀'등을 그려가며 맵을 모델링하는 것과 그대로 꼭 닮은것을 깨닫고, 이 디지털 고고학팀이 하는 것과 오늘날 신경과학자들의 연구 하는 스타일의 흡사함에 대해 한대 맞는듯한 충격을 느꼈다 합니다.
뇌를 컴퓨터로 은유하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는 이미 낡은 방법이지만 이 은유가 6502칩 사례를 보며...생각보다는 실제로 매우 강려크하고 유의미한 무언가를 가져다줄 꺼란 생각을 하면서....
이들은 한가지 재미난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진짜 생물뇌가 아니라, 이 6502칩을 모델로 활용하여 현대신경과학 연구 스타일로 들여다보면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날까?
칩에다가 신경과학 연구방법론들을 모두 적용하여, 칩의 '행동'이라 할 수 있는 동키콩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 같은 소프트웨어의 특성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6502칩을 뇌라고 비유했을 때, 동키콩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 (즉, 뇌의 기능인 정신과정이나 행동에 해당하는)같은 고전게임들의 특성들을 현대 신경과학에서 연구할 때 쓰는 방법론적 테크닉들을 그대로 칩에다 적용하여 과연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그 방법으로 모든 트랜지스터들과 논리게이트들에서 처리되는 정보들을 밝혀 동키콩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 핏폴 같은 고전게임들을 그걸로 알아낼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런 고전게임들의 정보가 이 물리적 칩에서 처리되고 실행될 수 있는지 상세한 프로세스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요?
뇌과학자들이 연구를 하면서 우리의 모든 정신과정과 행동의 물리적인 구체적 메커니즘을 언젠가는 환원적으로 모두 이해할 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품는것 처럼, 신경과학의 방식으로 이 칩이 어떻게 이 모든 비디오게임들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자세한 통찰을 기대할 수 있었을까요?
이들의 시도는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아주 피상적인 정보만 얻을 수 있었죠
코딩과 조나스는 자신들이 알아본 것을 정리하여 Could a neuroscientist understand a microprocessor?(신경과학자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지난 2016년 5월(이게 벌써 작년이니 시간 참 빠르네요..)에 논문을 하나 발표 합니다.(http://biorxiv.org/content/early/2016/05/26/055624.full.pdf)
이 논문의 발표 후 학계의 반응은..
"신경과학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그 방향성을 제대로 '재고려'하게 만드는 논문https://elusiveself.wordpress.com/2016/05/29/false-functional-inference-what-does-it-mean-to-understand-the-brain/".... 이런식으로 지지를 하거나, 또는 뇌-컴퓨터 비유가 가도 너무 갔다며 이건 픽셀로 이뤄진 막대기인간을 비판하는 꼴의 헛소리 논문이라고 반박을 하면서..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다양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죠.
반박하는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모든 비판들에 주요 논지는 뇌와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잘못된 추론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https://aeon.co/essays/your-brain-does-not-process-information-and-it-is-not-a-computer)
생물기관인 뇌는 신체에 붙어있으며, 뇌는 육체 없는 마음이 될 수 없고, 당연히 정보를 생성하고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이 반도체 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거죠.
물론 뇌와 칩은 당연히 다릅니다. 뇌는 무지막지한 수로 이루어진 뉴런들이 갖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온갖 다양한 타입들이 있으며, 그걸 까마득히 넘어버리는 상호간의 연결성들 즉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는 다채로운 기관으로, 아마도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관 중에 가장 복잡한 것이라고 흔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