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오유]현대 신경과학은 과연 동키콩을 이해할 수 있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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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오유]현대 신경과학은 과연 동키콩을 이해할 수 있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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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27,246  | 작성일2017.06.27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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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뇌와 칩은 당연히 다릅니다. 뇌는 무지막지한 수로 이루어진 뉴런들이 갖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온갖 다양한 타입들이 있으며, 그걸 까마득히 넘어버리는 상호간의 연결성들 즉 시냅스를 형성하고 있는 다채로운 기관으로, 아마도 지구상에서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관 중에 가장 복잡한 것이라고 흔히 묘사되는 것이지만 대조적으로 mos6502칩은 겨우 3510개의 트랜지스터밖에 없는 간단한 인공물입니다. 
 
 
 
010520315173389.jpg
뇌의 뉴런은 흔히 교과서등지에서 묘사되는 덴드라이트. 축삭, 세포체, 터미널버튼, 입력, 출력 식의 '모델뉴런'으로 종종 얘기되어지지만 실제 현실세계에선 양극성, 단극성, 다극성, 유사단극성, 피라미드, 퍼킨제 등등등... 종류도 아주 다양한 타입들이 있으며 또한 상당히 다양한 유형의 시냅스 구조들로 이뤄져 있는 다채로운 놈인 반면에... 6502칩에 있는 트랜지스터들은 그딴거 없고 그냥 모두가 다 동일합니다.
 
뉴런은 의미성을 갖는 그 신호에 발화의 패턴이나 발화율과 같은 확률적 정보도 포함되지만 칩이 처리하는 신호의 종류는 모두 같습니다.
 
코딩과 조나스는 이런...까마득히 복잡한 뇌와, 겨우 동키콩 정도의 고전게임을 간신히 돌리는 수준의 6502칩의 차이...  
그 단순성 덕분에 6502칩으로 할 때는 오히려 일이 더 쉬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게다가 이것이 아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된 덕분에 실험적으로 전지전능한 상황에 있었고, 
또.. 아직 너무나 복잡하여, 그 해부학적 구조나 상세한 뉴런간의 맵에 모르는게 까마득히 많은 뇌에 비해... 
배선이나 거길 흐르는 신호들의 전압, 회로구조 등 칩에 관한 것이라면 모든것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뇌로 치면 모든 개별 뉴런간의 연결들을 알고 있고, 이 연결네트워크들 구조의 상세한 맵들, 즉 커넥텀을 다 파악하여 그에 대한 정보들, 즉 빅데이터를 이미 갖고  있는 상황이 되는 거죠. 거기에다 조물주 처럼 그걸 일일이 컨트롤까지 할 수 있었고요..
 
 
실험적으로 전지전능한 상황에 있던 덕에, 이들은 모든것을 마음대로 통제해 가며 실험할 수 있었습니다. 
예컨대 원하는 트랜지스터나 배선을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끄고 키면서 동키콩, 핏폴, 스페이스 인베이더 같은 겜을 구동하는데 어떤 영향이 가는지 확인할 수 있었죠.
 
 
이것은 뇌과학자들이 뇌의 어떤 부분을 손상시키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동물의 행동을 평가해가며 뇌의 기능을 연구하는 것과 매우 흡사합니다.
이렇듯 뇌의 한 영역을 실험적으로 절제(experimental ablation)하거나 손상시켜 그에 따른 결과를 관찰하여 그 영역의 기능을 추론하는 식의 실험을 두고 손상연구(lesion study)라 합니다. 이건 상당히 오래된 방법 중 하나입니다. 19세기 때 부터 좌뇌 일부 영역은 언어와 관계되어있다, 해마는 기억과 관계있단걸 알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알게된것이냐면 그 영역이 손상된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죠.
 
 
손상방법은 다양합니다. 예를들어 아주 극도로 미세한 유리관을 대고 진공펌프와 연결시켜서 타겟조직을 빨아들이는 방법도 있고, 피질하 영역에서는 전극을 사용하여 고주파를 흘려서 타겟을 지져버리는 RF손상법도 있고, 카이닌산 같은것으로 다른것은 건드리지 않고 아주 선택적으로 세포체를 파괴시키는 화학적인 방법도 있고 혹은 자연이 제공하는 케이스들 즉 사고, 부상, 질병 등에 의해 뇌가 손상되는 경우들로부터 추론하기도 합니다.
 
얼핏 들으면 무언가..좀 미심쩍은 방법이지만 손상법은 뇌를 연구하는 가장 오래된 방법들 중 하나로..지난 세기동안 이미 연구자들은 손상의 효과를 해석하고 확신을 하는데 매우 신중을 가하는 여러 정교화된 테크닉들을 이미 개발해놨다고 믿고 있었죠 
 
이런식으로 신경과학자들은 오랜세월동은 뇌의 영역을 구분짓고, 기능을 추정하고, 그에 따른 이름을 붙여왔습니다.
 
하지만 조나스와 코딩 듀오의 작업은 그런 방식들의 추론과정들이 어떻게 기만적일 수 있는지 보였습니다.
 
 
ll.JPG
 
여기서 파란색점과 DK는 동키콩, 빨간 PF는 핏폴, 초록 SI는 스페이스인베이더를 뜻 합니다. 결국 이렇게 비됴겜들을 구동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몇몇 트랜지스터를 이 방법으로 구별을 해내기는 했지만..
 
 
이것이 과연 "동키콩 영역"이나 "스페이스-인베이더 트랜지스터" "핏폴중추"를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실은 그저 이 게임들을 실행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본 프로세스를 수행하는 요소 중 일부를 발견했을 뿐이었습니다. 이 요소들이 게임의 어떤 근본적인 부분에 해당된다기 보다, 이것이 작동하지 않을 때 그저 특정 명령셋의 실패를 초래하는 단순한 기능을 구현한 것이란거죠.
 
한마디로 라디오 부품중에 하나를 떼어내니까 라디오에서 노이즈 소리가 들리는데, 그 부품의 역할이 '노이즈를 안들리게 해주는 것'이 아니란 뜻인것처럼요.
 
콘라드 코딩과 조나스는 특정 트랜지스터의 비활성이' 어떤 게임의 구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실제로 트랜지스터가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여 연산시켜 이 게임을 구현해 내는지를 이해하는 것 사이의 엄청나게 큰 격차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이에대해 신경과학자 Anthony Zador는...우리가 특정한 기능을 특정 뇌 부위의 속성으로 부여할 수는 있지만, 그걸론 뇌가 어떤 연산(computation)을 해내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걸 아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0105203056961096.jpg
이건 유리미세관을 고열로 잡아당겨 늘려서 만든 미세전극(microelectrode)을 세포 하나에 삽입하여 신호를 측정하는 싱글뉴런레코딩이라는 기법인데 흔히 단단위기록법이라고 불리죠. 신경과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테크닉입니다. 
 
 
singlechips.JPG
 
조나스코딩듀오는 이런 방법도 그대로 칩에 적용을 해봅니다. 결과는 역시나 위와 마찬가지로 매우 피상적인 정보만 얻었죠. 그러면서 이들은 이런 오도된 결과들이 과거 러시아계 생물학자이던 Yuri Lazebnik의 논문 Can a Biologist Fix a Radio?(생물학자는 라디오를 고칠 수 있는가?) 에서 이미 지적됐던 문제라고 언급합니다. Lazebnik은 분자생물학에서 무조건적으로 개별 분자 단위의 데이터에 막대한 축적은 사실 시스템 수준의 생명을 이해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데이터주의 회의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논문 제목부터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 코딩/조나스듀오의 논문은 여기에 많은 영향을 받아 작성된 것입니다. 하지만 Lazebnik이나 기타 다른 생각을 하던 사람들(http://blogs.sciencemag.org/pipeline/archives/2015/10/30/simulating-the-brain-sure-thing)은 상당히 많았지만 대게는 사고실험 수준에서 그쳤고 실제로 시도를 한건 이들이 처음입니다.
 
 
그외에도 코딩,조나스 듀오는 여러 방식을 시도합니다.
현대 뇌과학, 특히 회로망이나 시스템적인 연구를 하는 시스템신경과학분야나 인지신경과학 행동신경과학 같은 그런 거시적인 macro한 신경계 연구를 하는 분야에서는 아마도 뉴로이머징기술이 흔하게 사용되어지는 방법론들 중 하나일 껍니다. 과학사를 보면 현미경 같은 것 처럼 그런 도구들의 발달과 과학의 발전사도 함께 맥을 같이하죠. 신경과학도 그런 공학기술의 발달로 연구가 봇물터지듯 나왔습니다. 뉴로이미징테크닉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게 대표적으로 fMRI나 PET같은 것 입니다.
 
 
fmri.jpgminipet2.png
 
이런 고가의 스캔장비들은 과거에는 구성개념으로 만들어 추정할 수만 있었던 정신적 속성들이나 주관적 경험들을 객관적으로 관찰을 가능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이런 도구 덕택에 활동 중인 뇌의 스냅사진들을 관찰을 할 수 있게된거죠
 
 
하지만 이 장비들이 과연 내적인 활동이나 각종 기능들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일 가요?
이런 스캐너들에 의해 정말로 측정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실 fMRI나 PET는 실제로 신경활동을 측정하지는 못합니다. 대신에 신경활동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믿어지는 '대사활동'을 측정하는 간접정보를 제공할 뿐 입니다.
 
 
PET는 혈액의 흐름이나 글루코스 사용이 많은 영역을 측정하고, fMRI에서 측정되는 신호는(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BOLD라는 혈액 중의 산소량을 반영하는 신호를 측정하고, 복셀(voxel, 픽셀같은 최소단위의 화소 같은 개념에 부피같은 3차원적 정보가 포함된 것) 형태로 표현하여 보여줍니다. 두 방법 모두 신경활동이 활발한, 사용되어지고 있는 지역은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산소의 사용도가 높을 것이고 따라서 산소소비량이 높아지고(fMRI가 측정),  산소를 공급하기 위한 혈액의 유입도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PET가 측정)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활동을 하고 있어도 두 장비에서 측정되어지는 것은 항상 일치하지 않고 차이가 있습니다. 
 
 
 
lol.JPG
 
 
예를들어 시각자극을 제시하였을 때, 그림처럼 후두엽의 시각피질에서 혈류량이 29%증가하여 강력한 PET신호를 제공하지만 산소 소비량은 9%밖에 증가하지 않고 따라서 fMRI신호는 PET에 비해 훨씬 작습니다. 둘 다 같은 뇌활동하고 있는 중인데 측정치는 차이가 나죠. 
어떤 신경세포들이 활동할 때는 그렇게 많은 산소를 팔요로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어떤 영역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면 혈류량은 증가하겠지만(PET신호는 커짐), 증가한 혈액 속의 산소 중 아주 일부만이 뉴런에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fMRI신호는 작음) 다량의 혈액이 필요한 이유가 산소 말고도 또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둘을 함께 찍어서 차이영상을 만들기도 합니다.
 
 
아예 fMRI나 PET 둘 다 신호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들어 뇌에서 정보의 의미성은 '어느'뉴런들이 활동하는가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뉴런들이 '언제'발화하느냐에 따라서 좌우될 수도 있는데 이런 타이밍에 관한 정보는 위의 장비들이 측정을 할 수 없습니다.
 
 
또한 PET나 fMRI가 어떤 신호의 증가나 감소를 측정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영역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어떤 기능의 어떤 측면을 담당하고 있는지는 알려주지 않습니다. 잘들 아시다시피, 상관관계가 인과관계를 의미하지는 않챠나요. 어떤 영역이 어떤 과제 수행시에 활성화된다 해서 그 영역이 거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냥 혈액을 필요로 했을 뿐일 수도 있죠.
 
 
조나스와 코딩은 이러한 약간의 논란이 있는 뉴로이미징 테크닉들을 칩에다가 그대로  적용해보는 시도를 합니다.
여기서 미심쩍은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을겁니다. 칩과, 세포로 이루어진 뇌는 분명 다른데 칩을 MRI기계에다 넣기라도 했단 말일까요? 
 
 
 
 
imaging.JPG
 
 
그것이 아니라, 이렇게 장비들이 측정하는 것과 원리상 동등한 분석을 적용하여 게임이 구동되는 동안 칩의 활동중인 특정 영역의 신호에 평균값을 구하거나 패턴을 추출 하여 그것을 평가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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