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층간소음은 사람들 잘못”이라고? 거대한 거짓말입니다. 우리만 몰랐던 ‘층간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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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집 샤워는 몇 시에 하는지, 옆집은 밥을 언제 먹는지,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함께 사는 것 마냥 소리가 들려오니까요. 그래서 흉흉한 사건사고도 많이 납니다. 그럴 때마다 왜 집에서 조심조심 움직이지 않느냐, 혹은 사람들 중에 특히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이웃끼리 서로 잘 이해하고 넘어가면 별일 없다, 결국 ‘사람이 문제다’라는 식의 결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그런데, 거짓말입니다. 사람 잘못 아닙니다.
집 지은 회사, 더 나아가서는 그걸 용납해 온 국가 잘못이 훨씬 큽니다. 그동안 이 거짓말을 뒤집으려는 노력이 여기저기서 있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워낙 저질러 놓은 일이 크다 보니까, 그리고 거기서 이득을 본 쪽이 워낙 또 힘이 세다 보니까, 그냥 묻혀온 겁니다.
일단 오늘은 대체 뭐가 거짓말이었는지, 그래서 그 정책이 우리 삶을 어떻게 힘들게 만들어 왔는지 짚어보죠.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 원래는 없었습니다. 그냥 ‘바닥 두께는 12센티미터 이상으로 한다’는 규정만 지키면 됐습니다. 아파트가 보편적으로 퍼지기 전까지는 층간소음 문제도 없었고, 기준을 만들자는 생각도 못 했던 거죠. 이해가 가는 일입니다. 그래도 80년대 초중반까지는 꽤 많은 건설사들이 정석대로, 제대로 집을 지어 왔는데, 문제는 80년대 후반부터 벌어졌습니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집을 2백만 채 짓겠다”는 공약을 밀어붙였는데, 문제는 그러면서 ‘짓는 속도’만 강조됐던 겁니다. 질은 저 멀리 사라져 버렸고요. 여기저기서 제대로 씻지도 않은 바닷모래와 당시엔 정말 질 떨어지던 중국산 저가 시멘트를 섞어서 집을 쌓아 올렸습니다. ‘아 이렇게 지어도 되는구나’, 많은 건설사들이 알아 버렸고, 부실 아파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래서 되겠느냐는 논란 끝에 2003년, 그러니까 20년 전이죠, 결국 처음으로 아파트 층간소음 기준이 법으로 정해집니다. 작은 물건 떨어지는 소리 같은 ‘경량충격음’은 58데시벨, 아이들 뛰는 소리 같은 ‘중량충격음’은 50데시벨 이하로 집을 지으라는 겁니다. 자, 이 규정만 제대로 지켰다면 그래도 그 이후로 허가나서 지은 2000년대 후반 집부터는 층간소음이 사라졌어야죠. 그런데, 여기서 정부가, 건설사들 부담을 줄여준다면서, 엄청난 거짓말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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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김범주 / PM·PD: David / 영상취재: 이재영, 김태훈 / 편집: 채지우 / 콘텐츠디자인: 김정연 / 인턴: 김미랑 / 제작: 스브스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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